팀장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기술적인 문제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도 그런 순간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사건은 팀원 한 명이 같이 업무를 수행하는 상대 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메일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사업 담당자로서 일정 조율, 서버 반영 여부 확인, 과거 업무 히스토리 파악 등을 확인하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주세요.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업무상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는 두 사람만 주고받는 메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양 팀 구성원 전원이 참조자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신자의 의도가 업무 개선이었다고 하더라도, 메일을 받은 상대방에게는 꽤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습니다.

갈등

상대방은 “여러 사람 앞에서 내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지적당했다”고 느꼈고, 상당히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었습니다.


1. 문제는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제가 그 메일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그런 감정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메일을 발신한 팀원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것보다는 상대방에게 담당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요구하고 싶었던 심리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야기해 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남겨야 한다.
  • 더 이상 상대방과 직접 부딪히고 싶지 않다.

결국 공개 메일은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이미 쌓여 있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난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2.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 팀원은 상대방에 대해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왜 내가 계속 이것까지 챙겨야 하지?”

여기에 책임에 대한 불안도 더해졌을 수 있습니다.

일정이 지연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결과적으로 우리 팀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록을 남기려는 행동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메일이나 Jira에 내용을 남겨두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사실은 남길 수 있습니다.

  • 나는 요청했다.
  • 나는 문제를 공유했다.
  • 내가 해야 할 일은 했다.

결국 공개 메일은 단순히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답답함, 자기방어, 책임에 대한 불안, 상대방에 대한 실망이 누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3. 그렇다고 공개적인 지적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양 팀 전체가 보는 메일에서 특정인의 업무 태도를 지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발신자는 업무 개선을 목적으로 작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참조된 메일이라면 상대방은 업무 요청이 아니라 공개적인 질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문제가 팀과 팀의 문제로 확대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업무 문제를 해결하기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원래 해결해야 할 것은 일정 조율이나 역할 분담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양 팀 구성원들의 감정과 체면까지 함께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4. 문제 제기와 문제 제기 방식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일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팀원이 제기한 문제가 틀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상대방이 일정 조율이나 업무 히스토리 확인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팀원의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과 그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팀장으로서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팀원이 느끼는 불편이나 문제 제기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충분히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공개적인 공간에서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은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팀장으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 팀원이 다른 팀과 갈등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우리 팀원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특히 실제로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팀원을 보호한다는 것이 팀원이 선택한 모든 행동을 옹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팀원이 느끼는 어려움은 충분히 들어주되,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제기 자체는 보호하되, 문제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5. 마치며

사람 사이의 문제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보다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하나는 기억해 두려고 합니다.

“갈등은 공개적인 충돌이 발생한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작은 변화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하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개입하는 것도 팀장의 역할 중 하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