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며....
2025년은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했던 한 해였습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해서 회사에 적응하기도 전에 여러 문제로 어수선했던 팀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면서 벌써 연말이 되었습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는데, 이제야 지난 시간을 차분히 돌아볼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습니다.

1. 장기간 누적된 기술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
제가 맡은 팀은 DAU(Daily Active User)가 300만명을 넘는 제법 규모가 있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팀에 합류해서 보니 규모에 비해 운영과 유지보수는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기술부채가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앞서 팀을 맡았던 리더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원인을 찾아서 근본적으로 해결했던 것이 아니라, 임기응변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도록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았습니다.
사용되지도 않는 프로세스들이 불필요하게 가동되면서 서버자원만 낭비하고 있었고, DB에 적재되어 있는 데이터 품질은 엉망이었습니다. 시효기간이 경과하고, 무결성이 훼손된 쓸모없는 데이터들이 넘쳐났습니다. 소스코드도 이미 스파게티 코드화되어 있었습니다. 동일한 코드가 여기저기 중복으로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제어흐름도 필요 이상으로 복잡했습니다. 당연히 가독성이 좋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변경에도 의도하지 않았던 간섭으로 발생한 오류가 장애로 이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잦은 장애로 팀 구성원들에게는 이미 상당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였습니다. 기술부채를 빠르게 정리하고, 불안정해보이는 서비스와 팀을 모두 정상화해얌만 했습니다. 그것이 팀의 새로운 리더인 저에게 부여된 임무였습니다.
2. 간식, 회식, 커피챗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팀 분위기는 그러한 기본적인 전제가 무색할 만큼 무거웠습니다. 팀원들의 사기는 이미 크게 저하되어 있었고,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냉소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팀원과 전 팀장간의 갈등도 심각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팀 분위기부터 빠르게 전환해야 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소통의 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팀원들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집중했습니다. 그 노력은 간식,회식,커피챗 이 3개의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간식
MZ세대 팀원들에게 간식은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간식 구입의 주도권을 팀원들에게 넘겼습니다. 작은 선택권이었지만 팀원들은 그 과정 자체를 즐거워했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났습니다. 사소한 변화였지만, 무겁기만 했던 팀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웃음소리와 잡담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회식
회식은 팀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충분히 들어주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렇지만, 팀원들에게 회식을 강요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_^ 업무 중에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술잔을 앞에 두고서는 비교적 솔직하게 나오곤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팀원들이 저를 “같은 편이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커피챗
근무시간 중에 잠시 일을 내려놓고, 땡땡이(??)를 치는 기분으로 팀원들과 커피챗도 종종 즐겼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의미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일상이나 관심사, 일하는 방식 등을 가볍게 이야기하며 서로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활용했습니다.
3. 쉬운 일부터 차근차근
팀 분위기를 바꿔가면서 기술부채도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큰 구조 개선이나 전면적인 리팩토링을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하고 쉬운 일부터 처리했습니다.

미사용 소스코드에서 제거하고, 데이터 조회 속도를 저하시키는 슬로우 쿼리를 분석해서 보다 효율적인 쿼리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DB에 존재하던 시효경과 데이터들도 일일이 찾아서 삭제했습니다. 사용되지 않는 프로세스는 가동을 중단시키고 서버자원은 인프라팀에 반납했습니다. 작은 성공의 기억들이 하나씩 모이면서 서비스도 눈에 띄게 안정되어 갔습니다. 실제로 장애로 인한 긴급 호출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팀원들이 느끼던 운영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에는 조금 더 어려운 일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비정상적이거나 쓸데없이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정상화하고 단순화시켰습니다. 불합리한 인프라 구조나 DB테이블 설계도 빠르게 재정비해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4. 부실한 서비스 기획과 운영정책의 공백도 문제
부실한 서비스 기획과 운영정책의 공백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서비스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사례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팀만의 잘못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경영진들은 기술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잘못된 접근방식을 사용했었습니다. 우리 팀원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잘못된 인식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외부 개발업체에 서비스 개선을 맡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문제만 더 키운꼴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팀원들이 가지는 회사에 대한 불만도 상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부실한 서비스 기획이나 운영 정책의 공백을 해소할 방법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이러한 제 견해를 충분히 강조해서 작성했습니다. 서비스 기획과 운영정책을 담당하는 팀의 팀장님께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제 생각엔는 변화가 없습니다.
5. 마무리
1년 정도를 같이 일해보니 팀원들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능력이 넘쳤습니다. 열정도 충분했습니다. 다만, 그 동안은 리더들의 무능력과 잘못된 판단이 그들이 가진 능력과 열정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일일이 간섭하기 보다는 그냥 팀원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팀원들이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조직과 팀원 개인에 대한 평가는 이제는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팀원들의 노력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의 성과도 만들어냈습니다. 서비스는 안정화되었고, 팀 분위기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2026년에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화이팅!!!
